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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뇌 심장질환 위기! 최 기자, 양압기로 목숨 건지다
  • 작성일2018/09/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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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다. 꽃 피는 봄, 극심한 졸음과 함께 우울증이 찾아왔다. 매사에 짜증이 나고 잘못된 일은 남 탓하기 바빴다.
사람들은 얘기꽃을 피우는데 나만 심드렁했다. 사는 일에, 아니 모든 일에 재미를 못 느꼈다. 갑자기 조직에서도, 가정에서도 이방인이 된 느낌.
그 좋아하던 술도 별로고 일에 대한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밥만 먹으면 졸렸다.
심지어 사무실 의자에 앉은 채 코를 골다 후배들이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깬 적도 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고, 모든 것을 팽개치고 싶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3월 중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손석한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뒷자리에 앉아 내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던 선배가 ‘정신의학적 상담’을 받아보라고 강권했기 때문이다.
손 박사는 얘기를 죽 들어보더니 “상황이 심각하니 클리닉에 들르라”고 권했다. “약을 먹어야 할 수준”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우울증 치료제라고 하면 향정신성의약품, 즉 마약류가 아니겠느냐는 선입관 때문에 거부감이 컸다.
실제로 미국에선 우울증 치료제를 무분별하게 장기간 복용하면 의존성이 심해지고 부작용이 적지 않아 오히려 자살충동을 부추긴다는 보고서도 나온 바 있다.
식자우환(識字憂患), 결국 병원행을 포기했다.  


“혹시 코골이가 심해요?” 


며칠 후 평소 알고 지내던 의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사실 이 자리도 나가기 싫었지만 억지로 참석했다.
그중 한 사람이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나를 보고 “최 기자, 어디 아파요?”하고 관심을 보이기에 그간의 사정을 다 털어놓았다.
나의 증상을 놓고 의사들끼리 때 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단순한 만성피로증과 춘곤증이라고 위로하는 이부터 남성 갱년기증후군이라며 바르는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을 처방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한 의사가 색다른 분석을 내놨다. “혹시 코를 심하게 골아요? 자면서 숨 안 쉴 때가 있다는 얘기 안 들었어요?”라고 물었다.
극심한 수면무호흡증 때문에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랬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30대 중반 이후 살이 찌면서 시작돼 체중이 줄면 좀 괜찮아지다가 다시 심해지기를 반복했다.
옆방에서도 들릴 정도의 코골이로 아내와 각방을 쓴 지 오래고, 아이들은 자면서 컥컥하며 숨을 쉬지 못하는 아빠가 걱정돼 흔들어 깨우기 일쑤였다.
30여 년 전 내가 아버지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부친도 극심한 수면무호흡증을 갖고 계셨더랬다.  


하긴 요즘 전에 없이 낮에 잠이 쏟아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긴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이 바짝 마르고 목에 마른 가래가 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목도 찢어지듯이 아팠다. 모두 코로 숨을 쉬지 못해 입을 벌리고 잔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젖은 빨래를 널어놓거나 가습기를 최대한으로 틀고 잤지만 별무효과였다.
이 모두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의 증상인 줄은 알았지만 우울증까지 일으킬지는 몰랐다.  


다음 날 수면무호흡증 관련 자료를 찾아 보니 정말 최근 내게 일어난 증상이 모두 들어 있었다.
밤에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자주(2~3회) 가는 이유도, 성욕이 턱없이 감소하는 원인도 거기에 있었다.  


3월 25일 월요일 새벽(날짜도 잊지 못한다), 뒷목이 심하게 아픈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눈을 뜬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침대에 누워 있는 게 아니라 머리를 한껏 밑으로 숙인 채 앉아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내가 일어나 앉았지? 도무지 기억이 없었다.
이제 몽유병까지 생겼나? 목구멍 안이 심하게 붓고 통증도 심했다. 정신은 몽롱했다.
출근하자마자 수면무호흡증 진단과 치료에 일가견이 있다는 클리닉을 수소문했다.
이 기회에 무호흡증의 뿌리를 뽑고 내 경험을 기사로 써보리라 생각했다. 병은 소문을 내야 빨리 낫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숙면 못해 생긴 우울증 


3월 27일 아침 일찍 서울 서초구 서초동 숨수면센터(숨이비인후과 수면클리닉, www.suum.co.kr)를 찾았다.
이곳은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신철 교수와 함께 국내 수면무호흡 진단과 치료의 명의로 인정받는 박동선 박사(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대표원장으로 있다.
개인 의원이지만 자면서 수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설이 구비돼 있고 치료에도 정평이 나 있다. 검사 장비는 국내 최정상급, 수면 시설은 호텔급이었다.
박 원장은 증상을 듣고 난 후 우선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의 관계를 설명했다. 


“코골이는 잘 때 폐로 들어가는 공기의 저항에 의해 발생하는 거친 숨소리입니다.
공기의 저항이 심하다는 것은 기도가 조금씩 닫히고 있음을 의미하죠. 코골이가 심해지면 기도가 막히는 정도가 좀 더 심해지는데
이런 상태를 수면저호흡, 기도가 완전히 막혀 호흡이 끊기는 증상이 자주 발생하면 수면무호흡이라 합니다.
따라서 코골이가 심하다고 무조건 수면무호흡이 있다고 할 수는 없죠. 하지만 무호흡이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심한 코골이가 있습니다. 코골이는 무호흡증의 대표적 증상일 따름입니다.”

원문보기 - http://shindonga.donga.com/3/all/13/11206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