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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도 병 수면 문제 질환으로 접근
  • 작성일2018/09/21 15:30
  • 조회 217
“자도 자도 졸리다는 환자가 많습니다. ‘피곤하다’와 ‘졸리다’를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곤하면 쉬어야 합니다.
업무가 과중했거나 휴식 없이 일했기 때문에 피곤한 거니까요. 졸리면 부족한 잠을 더 자거나, 잠의 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으레 피곤하면 잠을 잡니다. 코를 골거나 이를 갈면서 ‘좋지 않은’ 잠을 자지요.
이런 문제는 수면의학적 관점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박동선 숨이비인후과 대표원장은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수면전문의사다.
미국·유럽의 병원에서는 수면의학이 의학의 한 분과로 인정받고 더러 수면과(Dartment of Sleep Medicine)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아직 ‘잠’은 진단·치료의 대상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불면증 정도만 수면 질환으로 인식했지,
코골이 같은 것은 습관으로 치부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박동선 원장은 “수면이야말로 건강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이 잠을 자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잠을 재우지 않는 실험은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공식적으로 실행된 적은 없다.
그러나 “연구자가 직접 잠을 자지 않고 11일간 버틴 적이 있다”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이다.
“11일 동안 자지 않으니 나중에는 환각이 보이고 환청이 들리더랍니다.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인지에도 문제가 생기고, 간단한 동작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대요.”
박동선 원장은 “실험은 11일 만에 끝이 났지만 만약 계속됐다면 정말로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과하기 쉬운 사실 중 하나가, 깨어 있을 때와 잠잘 때 우리 몸의 작동 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것입니다.
깨어 있을 때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자고 있을 때는 아닐 수가 있어요.”
단적인 예로, 심근경색이 가장 잘 일어나는 시간은 새벽 4시경이다.
“우리는 낮에 건강검진을 받는데, 밤에도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곧바로 건강이 악화된다.
“밤낮이 바뀌어도 잠을 충분히 자면 괜찮지 않냐고 묻는 분들도 있어요.
우리 뇌에는 시간을 관장하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인식하는 하루의 길이는 24.2시간 정도예요.
10~20분 오차가 있는 셈이지요. 이 시간을 보정하는 방법이 햇빛이거든요.
그런데 밤낮이 바뀌면 실제 시간과 몸이 느끼는 시간의 균형이 깨진 채로 계속 가게 돼요.”
박 원장에 따르면 밤낮이 바뀐 채로 계속 살게 된다면 몸이 이상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교대 근무자들에게 낮 동안 활동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시간을 줘야 하는 이유다.
  
밤늦게까지 인터넷을 하다가 잠이 드는 습관도 일종의 불면증으로 본다.
“새벽 2~3시에 자는 것이 습관이 되면 그전에는 잠을 자려고 해도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그런데 출근해야 하고 등교해야 하니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야죠. 낮에는 졸린데, 밤이 되면 습관적으로
또 늦게 자는 사람은 수면 질환의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어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불면증을 구별할 때 중요한 것은 ‘사이클’이 무너지는가, 그렇게 잠자는 것 때문에 인지능력이나
신체능력에 문제가 생기는가, 깨어 있을 때 졸리지 않는가 등이에요. 그런데 만약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든 그게 규칙적이고 깨어 있을 때 별 이상이 없다면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규칙적이지 못한 수면의 문제는 때때로 정신적인 문제와 함께 올 때가 있다.
“우울증의 가장 우선 증상이 수면장애입니다. 갑자기 잠을 잘 못 잔다든가, 잠을 지나치게 많이 자는 경우에는
우울한 것은 아닌지 정서적인 부분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어요.”  수면장애가 불안정한 정신 질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
“11일 동안 잠을 자지 않았던 연구자의 리포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환청, 환각 같은 증상이었거든요.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진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래서 적정 수면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성인은 7시간30분 정도가 적정 수면시간이라고 알려져 있다.
어릴수록 적정 수면시간은 더 길어져 청소년은 9시간에 달한다. 또 사람마다 적정 수면시간이 다르다.
“환자 중에 하루에 3~4시간만 잔다고 걱정하며 찾아온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것저것 질문하다 보니
이 환자는 전형적인 ‘적게 자는 사람’이더라고요. 사람에 따라서는 적정 수면시간이 5시간인 경우도 있어요.”
   
그렇다면 지난 7월 22일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가 발표한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 7시간49분은 적정 수면시간을
초과한 것이 아닐까. 박 원장은 “아마 연령대를 따지지 않고 조사했을 때 전 국민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49분이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은 평균 6시간 잔다는 결과도 있거든요.
수면전문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잠을 적게 자는 편이에요.”
특히 청소년의 수면 문제는 박 원장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다.
   
“청소년 기면증이라는 게 있는데, 잠을 못 이기는 증상이에요. 의지로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닌,
수면 질환인데 주변에서는 ‘넌 왜 이리 잠만 자느냐’고 타박하거든요. 치료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런데 이걸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니까 그냥 ‘의지 박약’이라고 하고 넘어가요.
학창 시절의 귀중한 시간을 놓치다 보니 좋은 학교에 진학할 기회도 적어지고,
개인적인 좌절감 때문에 포기하는 습관도 생겨요.” 박 원장은 수면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수면전문의와 상담해볼 것을 권유했다. “암도 ‘아프다’고 생각하면 이미 늦었다고 하잖아요.
수면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미리미리 검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진정한 의미에서 수면전문센터는 없다.
“치매에 걸리면 수면 질환이 찾아와요. 기도가 좁으면 코골이가 심해지죠.
수면 질환은 이비인후과, 신경과, 정신과, 내과, 소아과 등 여러 분과에 걸친 병입니다.”
미국 수면전문의는 이비인후과든 신경과든 원래 분과를 거쳐 새롭게 전문의 자격을 딴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10여명밖에 없다. “수면 질환이 미리 검진하고 치료해야 하는 병이라는 인식이 커지면
나중에는 통합 수면센터도 생길 것”이라는 게 박동선 원장의 말이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8/15/2014081501155.html